[오피니언] 군대 안의 동성애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뒤인 1993년 7월 고심 끝에 군대 내 동성애자들에 대한 새 관리지침을 내놓았다.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지 않는 한 문제 삼지 않되, 사실이 드러날 경우엔 종전처럼 강제로 전역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군의 동성애 금지 규정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공약했던 그가 이처럼 어정쩡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은 여론 때문이었다. 당시 미 의회엔 동성애자의 군 복무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전화가 사상 최다인 40만 통이나 접수됐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거나 강제 전역하도록 하는 군형법 제92조와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그제 국회에서 밝혔다.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를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NAP)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병영 내 동성애를 허용하거나 묵인할 경우 군의 기강과 사기가 크게 무너질 것이라고 많이 우려한다. 동성애자들끼리 노골적으로 성행위나 애정 표현을 할 경우 부대가 단합과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자칫하면 엉뚱한 치정() 사고가 빈발할 수도 있고, 동성애 상급자가 계급을 내세워 하급자를 성추행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강 해이로 총기 사고가 잦은 판이다.

요즘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익은 인권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사병들의 부대 재배치 청구권을 법제화하겠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자신의 근무부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힘들고 위험한 전방으로 가겠다는 병사가 얼마나 있을까. 군마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져버리면 안보는 누가 책임지나. 시중에 군이 군기가 빠져도 너무 빠졌다는 얘기가 나도는 사실을 윤 장관은 아는지 궁금하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