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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입양 토비 도슨 토리노서 동메달

Posted February. 17, 20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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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의 꿈은 이뤘건만.

예선을 마친 토비 도슨(김수철28)의 얼굴은 이날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하늘처럼 잔뜩 찌푸려 있었다. 16일 오전(한국시간) 소즈 둘 주방소에서 열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에서 미국 대표선수로 출전한 한국 출신 입양아인 도슨의 예선 성적은 6위(24.20점). 메달을 따기는 힘든 성적이었다.

하지만 2시간 뒤 결선에서 도슨은 완벽한 연기를 펼친 뒤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최종 결과는 동메달. 그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도슨의 삶은 1982년 3월 31일 새로 시작됐다. 당시 만 3세를 막 넘긴 그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습으로 미국 콜로라도 덴버 공항에서 양부모를 만났다.

어머니 데버러 도슨(56) 씨는 처음 볼 때부터 그를 사랑했다. 마치 꿈이 이뤄진 것 같았다고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말했다. 도슨 씨 부부가 스키 강사였기에 도슨의 삶은 자연히 스키와 연결됐다. 며칠 되지 않아 양부모의 손에 이끌려 스키장에 간 도슨은 이후 24년간 눈 위에서 살았다.

도슨은 가족과 친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긴장해 예선에서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결선에서는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선에서 그는 첫 번째 점프는 한 손으로 스키 날을 잡고 2바퀴 회전, 두 번째는 45도 축으로 두 바퀴 회전을 착지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한국의 친부모를 애타게 찾는다고 해서 최근 한국 언론에도 화제가 됐던 도슨은 그동안 부모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전화를 몇 통 받기도 했지만 모두 유전자 검사는 거절했다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슨에게 한국 태생은 처음엔 부끄러움이었다. 양부모는 그의 이름 중간에 도슨의 한국 이름인 수철의 영어 이니셜 SC를 넣었는데 도슨은 자신이 한국 출신임이 드러날까봐 So Cool(매우 멋진)이라고 답하곤 했다는 것.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한국인 입양아 가족을 위한 캠프에서 카운슬러로 일할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

친부모를 만나게 되는 날 도슨은 올림픽 메달을 딴 이날보다 더 활짝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