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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전 살상무기를 암살에 쓴 북의 국가테러

화학전 살상무기를 암살에 쓴 북의 국가테러

Posted February. 25, 2017 07:14   

Updated February. 25, 20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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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사인규명의 결정적 단서(스모킹 건)가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체내에서 VX라 불리는 신경작용제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VX는 화학전에 사용돼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해 국제사회가 생산중단에 합의한 물질이다.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해 현존 독가스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살해 현장인 공항과 병원에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원자력청에 제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북한 정권은 혈육 살해에 국제사회가 금지한 화학물질까지 쓴 게 드러나면서 테러국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김정남 사망에 대해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 “남한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이란 황당한 공세도 설 땅을 잃게 됐다. 자칫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이번 사건에 결정적 증거가 나오고 외교관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드러난 이상 이번 암살이 테러단체 수준이 아니라 정권이 직접 개입해 남의 나라에서 일으킨 국가테러라는 게 명백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말레이시아가 공식으로 암살의 뒤에 북한이 있다고 발표하면 말레이시아 주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고 했다. 다른 나라 영토를 테러 목적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사안이다. 1983년 아웅산 폭파 테러 때 버마(현 미얀마) 정부는 북한의 국가 승인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도 국교단절 등 초강경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의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시간 문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한반도 정세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하고 김정은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 (만날 가능성도) 이미 늦었다”며 취임 이후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했다. 중국을 향해서도 “아주 쉽게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할론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중국까지 비난하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실질적 방패막이인 중국이 석탄수입을 중단한 데 대해 “줏대 없이 미국에 흔들린다”고 공격했다. 북핵 의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를 향한 실제 행동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점점 고립무원으로 빠져드는 북한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