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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총알 녹여 평화로 가는 길 열다

콜롬비아, 총알 녹여 평화로 가는 길 열다

Posted September. 28, 2016 07:30   

Updated September. 28, 20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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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叛軍)이 반세기 이상 이어진 내전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콜롬비아 북부 카르타헤나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가 52년 동안 이어진 내전을 마치는 평화협정안에 서명했다. 두 사람은 내전에서 사용된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펜으로 서명했다. 펜 손잡이에는 스페인어로 ‘총알은 우리의 과거를 기록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다’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다.

 297쪽의 협정안에 서명한 산토스 대통령은 윗옷에 수년간 끼우고 다니던 하얀 비둘기 배지를 떼어 론도뇨에게 건넸고, 론도뇨는 배지를 가슴에 끼우며 환하게 웃었다. 론도뇨는 “우리가 전쟁 중에 주었을 모든 고통에 대해 모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협정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다음 달 2일 평화협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서 가결되면 평화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최근 콜롬비아 최대 주간지 ‘라 세마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평화협정 지지율이 72%였다.

 FARC는 180일 내에 무장 해제를 끝낸 뒤 정당으로 재출범할 예정이다. 론도뇨는 계속해서 FARC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평화에 합의한 콜롬비아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평화협정 이행을 위해 3억9000만 달러(약 4329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민족해방군(ELN)과 페루, 파라과이 등에 아직 소수 반군이 남았으나 FARC의 무장 해제로 1959년 쿠바 공산혁명에 자극받은 체 게바라식 게릴라 항전은 사실상 끝났다. 곤살로 산체스 국립역사추모연구소장은 영국 가디언에 “무장투쟁과 무장 유토피아는 FARC와 함께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혁명에 성공한 체 게바라는 1967년 볼리비아에서 처형됐으며 이후 쿠바와 옛 소련이 혁명 수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중남미의 혁명 열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1964년 농민봉기로 시작된 FARC는 냉전 이후 오랜 세월을 견뎠으나 전임 대통령인 알바로 우리베 재임 당시 미군 주도의 공격으로 대원들이 크게 줄면서 밀림과 산악지대로 숨어들었다. 결국 FARC는 2012년 11월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작했으며 올해 6월 정전 협정에 합의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