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주운 버섯, AI 믿고 먹었다가 중독…“주말 산행객도 조심해야”

황수영 기자2025-11-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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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성이 먹은 ‘화경버섯’. AI가 “식용 가능”하다고 답해 섭취했지만, 조사 결과 독성 있는 버섯으로 확인됐다. 뉴스1

일본에서 70대 남성이 AI의 ‘식용 가능’ 판정을 믿고 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먹었다가 독버섯 중독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간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 산행이 늘어나는 요즘, 이미지 기반 AI로 야생 버섯의 식용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문가들은 “AI는 참고용일 뿐, 절대 최종 판단 도구가 될 수 없다”고 거듭 경고한다.

● AI만 믿고 구워 먹었다가 30분 만에 중독 증세

최근 일본 MBS(마이니치 방송)에 따르면 와카야마시에 사는 70대 남성 A씨는 산에서 느타리나 표고버섯과 비슷해 보이는 버섯을 발견했다. 그는 식물원 등에 문의하려 했지만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자, 스마트폰으로 버섯 사진을 촬영해 AI 이미지 분석 기능에 판정을 요청했다. AI는 “표고 혹은 느타리로 보이며 식용 가능하다”고 답했고,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버섯을 구워 먹었다. 약 30분 뒤 심한 구토와 어지러움 등 중독 증세가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됐고, 치료 후 회복한 상태다.

● 외형 똑같지만 독성 강한 ‘화경버섯’…가열해도 독성 남아

사후 조사에서 해당 버섯은 독버섯 ‘츠키요타케(月夜茸·화경버섯)’으로 확인됐다. 화경버섯은 표고·느타리·목이버섯류와 외형이 매우 비슷해 일반인은 물론 경험자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일부 표본은 주름 조직이 두드러지거나, 속살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이 버섯이 아무리 가열해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섭취 시 구토·설사·발한·오한 등 중독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며, 심한 경우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와카야마시 생활보건과는 “AI나 도감만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식용이라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는 버섯은 채취·섭취·판매·증여를 모두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한국도 예외 아냐…2292종 중 단 18%만 ‘식용 확인’

국내에서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대표적 독버섯 ‘우산광대버섯’의 모습.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버섯 2292종 중 식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버섯은 416종(18%)에 불과하다. 독버섯은 248종, 나머지 1550종은 식용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규명’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대표 독버섯인 ▲우산광대버섯 ▲혹깔때기버섯 ▲맑은애주름버섯 ▲노란개암버섯 등은 모두 외형이 식용버섯과 매우 흡사해 일반인의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산행객 사이에 널리 퍼진 속설—‘화려하지 않으면 안전하다’, ‘세로로 찢어지면 먹을 수 있다’, ‘곤충이 먹은 흔적이 있으면 안전하다’, ‘은수저 변색 여부로 판별 가능하다’ 등—역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버섯 종류에 따라 독성 성분·발현 조건·조직 구조가 달라 육안이나 경험칙만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농진청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버섯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일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