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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991년에도 교황 초청...가톨릭 열풍 두려워 포기”

“北, 1991년에도 교황 초청...가톨릭 열풍 두려워 포기”

Posted October. 11, 2018 08:20   

Updated October. 11, 20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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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체제 선전 등의 목적을 위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56·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1991년에도 교황 방북을 추진했었다. 태 전 공사는 5월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관련 상황을 자세하게 밝혔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1990년대 당시 노태우 정부의 북방 외교로 소련, 중국이 연이어 한국과 수교하자 외교적 고립을 우려한 김일성 주석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했다. 김일성의 지시로 외무성 내에 교황 초청을 위한 상무조(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태 전 공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북한의 방문 제안에 당시 교황청은 “북한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고, 보안성은 6·25전쟁 전까지 신자였던 한 할머니를 찾아내 바티칸에 데려갔다. 이 할머니는 교황을 만나 “한 번 마음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며 수십 년간 자식에게도 감춰왔던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할머니의 믿음 때문에 북한은 교황 초청 프로젝트를 스스로 포기했다. 태 전 공사는 “교황청 사람들은 할머니의 눈빛만 보고서도 진짜 신자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며 “이 일을 통해 노동당은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이 평양에 실제로 오면 북한에 가톨릭 열풍이 일 것을 두려워해 교황 초청을 위한 상무조는 두 달여 만에 해산됐다”고 덧붙였다.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이 교황 방문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시 김정일의 지시를 받던 노동당 통일전선사업부 관계자들은 “교황이 다녀가면 천주교 신자가 무섭게 늘어날 텐데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