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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기로

Posted October. 22, 2019 07:30,   

Updated October. 22, 2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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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에서 관세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한국이 철회하기로 했다. 농업계는 10조 원대의 보상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철회해도 농업에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다.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개도국 지위 철회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발표에 앞서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농업인 단체와 만나 막판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과 인도가 WTO 개도국 지위를 누리면서 급성장하자 개도국 지위 인정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WTO 협정에서 개도국 우대를 규정한 조항은 약 150개다.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받거나 국내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7월 26일(현지 시간) “90일 이내에 WTO가 중국 등 20여 개국의 개도국 혜택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라도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시한은 이달 23일이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철회하더라도 농업 부문에서 받는 혜택에 변동이 없다고 본다. 미국이 과거 WTO 공식 회의와 비공식 협의 등에서 각 국가가 현재 누리는 관세 혜택 등을 유지하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사실상 WTO 내 마지막 농업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19년째 표류 중이어서 앞으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협상 테이블도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현안이 산적해 있어 실익이 적은 편인 개도국 지위를 고수할 명분이 적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시작된 데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자동차 관세 부과 결정이 11월 13일로 다가왔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개도국으로 남으면 자칫 미국 대 중국의 싸움이 미국 대 한국 구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농업계와 학계는 당장 눈에 보이는 영향이 없더라도 향후 WTO 농업 협상이 재개될 경우 대규모 관세 감축이 불가피해 농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 6개 농민단체는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 농산물 관세가 낮아지고 정책 보조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장 피해가 없다고 해도 향후 협상에서 관세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농업계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놓고 정부에 10조 원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농업에 피해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대책 마련에도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예산 대비 농업 예산 비율을 5%까지 높이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을 정부가 출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계가 주장하는 내년 예산의 5%는 25조7000억 원 규모로 내년 농식품부 예산(15조3000억 원)보다 10조4000억 원 많은 것이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