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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까지 ‘탐욕 엘리엇’ 먹잇감, 경영권보호法시급하다

현대車까지 ‘탐욕 엘리엇’ 먹잇감, 경영권보호法시급하다

Posted April. 25, 2018 07:30,   

Updated April. 25,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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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2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를 세우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또 모든 현대차 자사주를 소각하고 순 이익의 40∼50%를 배당할 것,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달 초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1조 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엘리엇이 본격적으로 경영 간섭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로서는 현대모비스를 현대차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끊겠다는 계획과 방향이 다른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불과 1.5% 남짓 보유한 엘리엇이 주주총회를 통해 주장을 관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엘리엇이 요구 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른 주주들을 규합해 현대차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끄집어 내 현대차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탐욕 자본’의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엘리엇은 2015년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경영권 흔들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은 개인 주주를 설득하고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어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냈다. 엘리엇뿐 아니다. 소버린, 헤르메스 등 펀드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등이 SK와 삼성, KT&G 등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고 떠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경영권 승계 등의 이슈가 있는 기업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알박기’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기업의 미래에는 관심 없는 이들의 ‘먹튀’에 우리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이렇다할 경영권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차등의결권(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나 포이즌 필(기존 주주들이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같은 경영권보호제도를 마련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고 있다. 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벌처)에 빗대 ‘벌처 펀드’로 불리는 헤지 펀드가 한국 기업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노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는 이런 장치는커녕 오히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등 외부 세력이 경영권 공격을 쉽게 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대주주 전횡을 방지한다는 명분이지만, 대기업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굳이 법으로 강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안정적인 경영과 투자 없이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해서는 기업의 성장이 어렵다. 거꾸로 가는 기업정책과 제도로는 산업 생태계의 황폐화만 불러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