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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부비트랩’... 강진 전라병영성 해자 주변서 첫 발견

조선의 ‘부비트랩’... 강진 전라병영성 해자 주변서 첫 발견

Posted November. 16, 2017 07:07,   

Updated November. 16, 20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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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곽을 둘러싼 ‘인마(人馬)살상용 부비트랩(함정)’이 최초로 발견됐다. 바닥에 죽창(竹槍)을 꽂고 수풀로 위장한 부비트랩이 나온 것은 국내 유적을 통틀어 처음이다.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전남 강진군 전라병영성(全羅兵營城·사적 제397호) 발굴현장에서 성벽 남쪽 해자(垓子·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변에 못을 판 것)와 함정 유구 64개가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함정은 남문을 에워싼 해자 밖에서 발견됐는데, 지름 3.5∼4.9m의 둥그런 구덩이를 약 2.5m 깊이로 팠다. 64개의 함정은 해자와 6∼8m 거리를 둔 채 2∼4열로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함정 바닥에는 끝을 쪼갠 대나무를 뾰족하게 다듬은 죽창들이 촘촘히 꽂혀 있었다. 위장용으로 함정 위에 살짝 덮어놓은 걸로 보이는 잣나무 가지와 풀들이 발견됐다.

 이홍우 연구원 발굴팀장은 “함정 지름이 최대 5m나 되는 걸 감안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말까지 살상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해자의 방어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나중에 만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자 안에서는 조선 초기 도자기가 여럿 발견됐으나 함정에서는 이보다 시기가 늦은 자기 조각만 몇 개 나왔다.

 고려 말인 1388년 현 광주에 세워진 전라병영은 왜적 방어를 위해 1417년 강진으로 옮겨졌다. 전라병영은 조선시대 내내 전라도와 제주도에 배치된 육군을 지휘하는 지방 사령부 역할을 했다. 올해는 강진 전라병영성이 축성된 지 6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발굴에서는 남문 쪽 해자 부근에서 성을 출입할 때 사용된 다리 흔적으로 보이는 나무기둥도 확인됐다.

 조선시대 함정을 언급한 기록으로는 다산 정약용이 쓴 민보의(民堡議)가 대표적이다. 다산은 민보의에서 적의 인마를 살상하기 위해 대나무 조각 등을 심어놓은 함정인 함마갱(陷馬坑)을 다뤘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