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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 연준 의장

Posted November. 01, 2017 08:45,   

Updated November. 01, 20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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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초 미국에서 액면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발행하자는 청원이 진행됐다. 미국 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이 동전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예치하고 그만큼의 달러를 받아내자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까지 청원에 동참할 정도였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런 논의가 가능한 것은 미국 화폐 발행 제도 때문이다. 연준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담보로 잡고 그 가치만큼 ‘빌려주는’ 형식으로 달러(지폐)를 발행한다. 이자도 받는다. 다만 지폐가 아닌 동전만큼은 미국 정부가 주조한다. ‘1조 달러 동전 발행론’이 대두된 이유다. 미국 대통령이 의장과 이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연준을 국책은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JP모건, 씨티은행 등이 주주인 사(私)기업이다. 주주들은 수입의 6%가량을 배당금으로 받아간다. 예산도 의회와는 관계없다. 연준이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배경이다. 연준 의장이 달리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18년 넘게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준 의장이다. 경제 호황기에 의장을 맡아 ‘과도하게 많은 업적을 인정받았다’(‘불황의 경제학’·폴 크루그먼)는 평가도 있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든 것이 사실이다. 그게 부담스러웠는지 스스로 “내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사이의 타협을 찾아내는 데 명수”라고 평가했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은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현 재닛 옐런 의장은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한다. 친(親)시장적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 현 이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매파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도 물망에 오른다고 한다. 비둘기파냐, 매파냐에 따라 한국은행 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미국 ‘경제 대통령’ 취임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