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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이구이의 굴욕

Posted September. 19, 2017 07:36,   

Updated September. 19, 20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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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대에서 음악 테크놀로지(MT)를 전공한 중국 청년 에릭 장은 유학 비용에 1백만 위안(1억 7000여만 원) 넘게 썼다. 학위 받고 귀국해 1년 동안 관련 분야 20개 회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일자리를 못 구했다. 결국 전공과는 상관없는 국영 출판사에 가까스로 취직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소개한 ‘유학파 찬밥 사례’다.

 ▷요즘 중국에서는 유학파 젊은이들이 “아∼옛날이여!”를 외치고 있다. 한때 ‘하이구이(海歸·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청년들)’라고 하면 기업의 채용 0순위, 결혼상대자 1순위로 꼽혔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유학생들이 급증한데다 경기 둔화의 여파로 고용시장이 침체하면서 백수 신세의 하이구이를 일컫는 하이다이(海待·취업대기자)란 신조어도 생겼다. 예전엔 하이구이와 발음이 같은 ‘바다거북이’란 별명으로 부러움을 샀다면 이제 하이다이와 같은 발음의 ‘미역’이라 불리며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중국 유학생은 54만4000명, 돌아온 유학생은 43만2500명. 유학의 희소가치가 사라지면서 하이구이 중 44.8%가 초봉 6000위안(약 104만원) 이하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내 대학원 졸업자의 평균초봉이 월 4777위안, 대졸자 초봉은 3678위안보다는 많지만 유학에 들인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하이구이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친 대우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급여에 관계없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 외국 대학의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단다.

 ▷일본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해외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보다 국내파를 선호한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다. 한국도 요즘은 유학경험을 딱히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유학파든 국내파든 청년들이 치열한 취업전선의 스트레스에 허덕이는 것은 만국 공통의 현상 같다. 외국 대학 졸업장이 취업시장의 만능키는 아니란 사실, ‘헬조선’ ‘흙수저’를 한탄하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까 모르겠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