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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포격 계획’ 발표한 북... 외교전 펼치되 플랜B도 준비해야

‘괌 포격 계획’ 발표한 북... 외교전 펼치되 플랜B도 준비해야

Posted August. 11, 2017 08:14,   

Updated August. 11, 20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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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태평양 괌을 타격할 미사일 경로와 사거리, 탄착지점까지 밝힌 ‘괌 포위사격’ 계획을 내놓았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어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은 일본 시마네, 히로시마, 고치 상공을 거쳐 3356.7km를 1065초간 날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중순까지 방안을 최종 완성해 김정은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거듭 경고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 도발은 정권의 종말과 자국민의 파멸을 낳을 것이라며 ‘행동 대 행동’으로 제압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달 말 실시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까지 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한반도에 막강한 미군 전력이 들어오는 UFG 훈련 전까지 정면 대결의 파국이든, 극적 타협의 돌파구든 마련하겠다는 속셈이다. 벼랑끝 전술로 UFG 훈련 중단까지 얻어내겠다는 노림수다. 하지만 슈퍼파워 미국의 힘을 테스트하며 끝장을 보겠다고 나서는 무모한 행동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만있을 리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미국은 당장 선제타격에 나설 것이다. 발사 이후라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동원한 요격, 나아가 도발 원점에 대한 보복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데 이어 미국의 핵무기 능력을 강조하며 핵 공격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즉 동맹이 공격받은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까지 거론했다. 이후 전개될 국제전 양상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위기설을 부정하며 “잘 관리하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화염을 안은 채 마주 달리는 두 기관차를 멈춰 세울 복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상황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방불케 하며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고 있다. 그때도 그랬듯 지금 위기는 ‘말 폭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 지도자가 모두 예측불허라는 게 문제다. 특히 김정은은 도저히 이성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보기 어렵다. 당시엔 전직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기라도 했지만 지금 그런 ‘백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불안을 부추겨서도 안 되겠지만 ‘위기는 없다’고 마냥 부인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패닉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다. 향후 며칠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플랜B, 즉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준비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북한의 육·해상 국지 도발에 대비하는 한편 차분하지만 철저하게 민방위 체제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를 재삼·재사 확인하고 중국 러시아에도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게 대북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외교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