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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뽑기, 놀이와 중독 사이

Posted April. 15, 2017 07:23,   

Updated April. 15, 20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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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개그맨 권혁수 씨(31)가 인형뽑기방에서 ‘고급 스킬’을 발휘하는 장면이 최근 전파를 탔다. ‘연습용’이라며 한 기계에서 27개의 인형을 뽑더니 ‘원샷원킬’로 싹쓸이를 이어갔다. 청소년도 아니고 서른 넘은 남자가 봉제인형 뽑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 신기하지만 그는 “성취감이 느껴진다. 뽑을 때의 그 기분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당당히 말했다. 한 판에 1000원, 한 번 갈 때 10만 원을 쓴다 쳐도 술 마시는 것보다 건전한 취미라는 주장이다.

 ▷전국에 생긴 인형뽑기방이 2428곳이다. 인터넷에는 ‘인형 머리보다 몸통에 고리를 걸어라’ ‘누운 인형을 공략하라’ 등 다양한 요령이 떠돌지만 ‘그래 봤자 본전 뽑기 힘들다’는 불만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2월에 어떤 인형뽑기방의 비밀이 드러났다. 대전의 한 업주가 잠금장치를 풀어 인형 200여 개를 뽑아간 손님들을 절도 혐의로 고소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30번 시도해야 1번 뽑을 수 있도록’ 업주가 기계 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13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인형뽑기방 업주들이 ‘생존권 보장’을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2007년 만든 법에 따른 인형 가격 상한선 5000원을 1만 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였다. 정품 캐릭터 인형을 5000원 밑으로 구하기 힘든데, 그렇다고 짝퉁을 쓰면 상표법 위반이 된다고 항의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낡은 규제를 고쳐야 한다’ ‘기계 조작부터 막아야 한다’며 옥신각신이다.

 ▷인형 뽑기 열풍은 ‘탕진잼’ 현상으로 풀이된다. ‘탕진잼’이란 젊은층의 새 소비 트렌드를 상징하는 신조어인데, 소소한 씀씀이로 즐거움을 찾는다는 의미다. 적은 돈으로 기분전환이 된다면 좋지만 사행심에 눈멀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걱정스럽다. 인형 뽑기에 수백만 원을 썼다며 인형기계를 털다 잡힌 남자가 있는가 하면, 인형 나오는 출구에 몸을 밀어 넣었다 구조된 20대 여자도 있다. 집착의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중독이다. 건전한 놀이로 즐길 것인지, 중독의 덫에 빠질 것인지 열쇠는 자기 손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