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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Posted April. 10, 2017 07:11,   

Updated April. 10, 2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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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안 생기는 아내가 약을 몰래 복용해 온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됐다. 불임 치료약인가 했는데 뜻밖에도 피임약이다. 남편 집안 배경이 나빠 극심한 차별을 당하는 것에 절망한 아내는 아기도 같은 운명일 것이라고 보고 아예 임신을 단념했다. 일제강점기 때 부농이었던 시아버지가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처단된 탓이다. 아내는 “이 땅에 생명을 낳을 때 그 생명이 복되기를 바라서이지, 가시밭길을 헤쳐야 할 생명임을 안다면 낳을 어머니가 어디에 있으랴”라고 절규한다.(반디의 ‘고발’ 중 ‘탈북기’)

 ▷반디는 ‘북한의 솔제니친’이라는 작가의 필명이다. 북의 숨 막히는 억압과 감시를 다룬 그의 글들이 한국으로 반출돼 출간, 번역되면서 국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지난달 29일 국제 문학·인권 콘퍼런스에서 이 책의 생생한 묘사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한 노예해방 전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개 석상이었지만 그의 눈시울은 붉었고 목소리도 떨렸다.

 ▷“우린 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장강명의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아들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박우희도 북은 결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에 한탄한다. 반디는 북 내부로부터의 고발이고, 장강명은 김씨 정권 붕괴 후 통제 불능 상태가 된 북의 현실에 대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두 책이 독자의 내면에 일으키는 무겁고 심란한 파장은 비슷하다. 이런 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의 봄이 참으로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다. 1994년 북핵 위기는 제네바 합의로 미봉하고 넘겼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이번 위기도 협상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는 간절한 노력이 우리 뜻대로만은 안 될지도 모른다. ‘핵 멀미’로 현기증이 나는 이 봄은 우리에게 마냥 미루기 어려운 선택을 강요한다. 외교적 해법인가, 김정은 정권 붕괴인가, 그걸 넘어서는 통일인가. 옵션에 따라 감당해야 할 대가도 달라진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