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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성적표 처음 받는 수재들 충격

Posted April. 09, 20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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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서 대학생의 자살이 줄을 잇는 이유는 뭘까. 학교 측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모두 16명이며 이 기간 2003년과 올해가 각각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약 1만 명인 KAIST의 대학생 수를 감안하면 1만 명당 연간 1.41.5명꼴이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전국 210여만 명의 대학생 가운데 연간 자살자가 23034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의 전체 자살률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

하지만 2006년 이후 KAIST에서는 9명이 자살했다. 같은 기간 서울대는 13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대의 전체 학생이 2만69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KAIST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

학생들은 지나치게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를 최근 잇단 대학생의 자살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중고교 시절 줄곧 수위()를 차지해온 수재들만 모인 곳에서 하위권 성적표를 받으면 상당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들어 자살한 4명의 학생은 전문계고 과학고 일반고 등 출신 고교 배경이 다르고 이 가운데 2명은 성적 미달로 인한 등록금 부과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인을 성적 또는 학교 정책으로만 돌리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KAIST의 독특한 진학 시스템과 학교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는다. 학교 관계자는 KAIST 학생들은 입학 전인 과학고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한 경우가 많아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며 이성 교제에 실패하면 기숙사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 생활이 낯선 신입생 시절 후배에게 조언을 하거나 대학생활을 인도해줄 선배가 적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2학년 1학기까지 전공이 정해지지 않는 무학과로 지내다 보니 소속감이 없는 데다 선후배와 친해질 계기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천근아 교수는 경쟁이 심한 명문대에서 성적으로 자존감을 잃은 학생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다른 학생보다 강하게 받을 수 있다며 담당교수나 멘터, 심리상담가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명훈 이원주 mhjee@donga.com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