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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

Posted October. 07, 20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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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투유유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이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투는 2010년 류샤오보(평화상), 2012년 모옌(문학상)에 이은 세 번째 중국인 수상자이지만 첫 과학 분야 수상자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구나 중국에서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원사()나 박사학위, 유학 경험이 없는 삼무() 과학자였다. 100만 명이 넘는 말라리아 환자를 구하는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하고도 여성에다 박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간 제 몫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1950년 첫 전국보건위생회의에서 보건 4원칙의 하나로 중의()와 서의()는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중서 결합 방침을 내세웠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서양의학을 도입하며 전통의학을 폐지한 것과 대비되는 조치다. 그 중심에 있는 기관이 1955년 설립된 중국중의연구원이다. 이때부터 중국 의료는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 융합하는 방식으로 독특하게 발전했다. 중의연구원은 2005년 중의과학원으로 승격됐다.

저장 성 출신인 투는 1955년 베이징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중의연구원에 들어가 85세가 된 지금까지 중국 전통의 천연 약물에서 신물질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노벨상을 안겨 준 말라리아 퇴치약도 1600년 전의 고대() 의서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중국 전통 약초인 개똥쑥에서 추출했다. 투의 이름 유유(ff)가 사슴이 울며 들판의 풀을 뜯는다는 시경 구절에서 따온 건데 세계적으로 이름값을 한 셈이다. 비과학적이며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중의학에 대한 비판과 불신도 이번 수상으로 상당히 해소하게 됐다.

전통의학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한의학은 서양의학과는 별도로 독자적 세력과 영역을 구축했다. 정부는 한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로 1994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을 설립했으나 한약 유래 신물질 개발이나 임상시험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허준의 동의보감을 가진 나라로서 중국의 눈부신 성과가 부럽기만 하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