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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세계선수권 첫 메달 김 연 아 단독 인터뷰

피겨 세계선수권 첫 메달 김 연 아 단독 인터뷰

Posted October. 27, 200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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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정말 굉장했다. 영화 물랑루즈의 삽입곡 록산의 탱고의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스페인의 무희가 완벽히 재현됐다. 얼음이 녹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뜨거운 연기였다. 기술적으로 완벽했지만 예술적으로는 그 이상이었다. 관중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필립 허시 기자는 2분 40여 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100년이 넘는 여자 피겨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연아 본인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연기 중에 반쯤 미친 상태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쇼트프로그램은 내내 그 상태였다고 했다. 얼마나 연기에 몰입했던지 당시 체육관이 흔들릴 만큼 박수를 보내던 관중의 반응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말 그래도 무아지경(정신이 한곳에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이었다.

전문가들은 김연아를 테크니션보다는 아티스트로 꼽는다. 김연아도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에 더 가깝다고 했다. 그의 예술성은 반은 타고났고 반은 만들어졌다. 예전 김세열 코치가 뻣뻣하기만 하던 김연아의 안에서 예술가의 기질을 끄집어냈다. 세계적인 안무가인 캐나다의 데이비드 윌슨은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예술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시즌 내내 부상으로 신음한 김연아에게 4분이 넘는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쇼트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조금 무리였다.

여름에 체력을 키워야 하는데 부상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요. 이쪽을 치료했다 싶으면 저쪽이 아프고, 또 저쪽 치료하면 이쪽이 아프고. 대회 직전 캐나다에서 체력 훈련을 가장 열심히 했는데 도쿄로 떠나기 이틀 전 꼬리뼈가 갑자기 아파서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체력도 계속 떨어지고. 정말 힘들었어요.

프리스케이팅 연기 전 몸을 풀 때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져 불안했다는 김연아는 점프 연기에서 두 번 넘어져 이것만으로도 10점이 넘게 깎였다. 최종 점수는 186.14점. 실수만 아니었다면 안도(195.09점)와 아사다(194.45점)를 이길 수 있는 점수였다.

김연아는 최종 결과에 대해 오히려 잘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니어 첫 시즌부터 정상에 오르면 그 다음은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할 것 아니에요. (정상에 오를) 기회는 아직 많잖아요. 지금은 도전자의 위치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이해가 조금 안 됐다. 김연아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만족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연아는 이 말에 끄덕이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추구하는 피겨는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거예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해요. 김연아는 27일부터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일본의 나고야, 오사카, 삿포로를 차례로 돌며 시범 연기를 한 뒤 4월 1일 귀국한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