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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의사가 스트레스 날려드려요

Posted January. 04,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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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스타일이 좀 이상한가요? 의사처럼 보이고 싶어서요.

흰 가운을 입고 짧게 파마머리를 한 이요원(27)은 소녀처럼 차분한 긴 머리의 예전 모습과 달라져 있었다. 그녀와 마주한 곳은 방 안에 침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관찰실(환자가 치료를 받거나 입원하기 전 상태를 미리 살펴보는 방). 이요원은 17일 처음 방영하는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수 목 오후 9시 55분)에서 주연을 맡았다. 2일 경기 화성시 병점동 촬영장, 병원 응급실처럼 꾸며진 세트장에서 그녀를 관찰했다.

이요원은 양손을 주머니에 푹 찔러 넣은 채 인터뷰 장소인 관찰실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왔다. 피가 흥건한 시트와 링거 등 현실감이 묻어나는 세트장 병원 풍경이 그녀를 야근에 지친 의사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촬영을 시작한 이후로 쭉 입원해 있는 것 같아요.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병원은 오래 있을 곳이 못됩니다.(웃음)

이 드라마에서 이요원이 맡은 봉달희는 심장병 환자임을 숨긴 채 외과 병동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며 소아심장전문의를 지망하는 의사. 달희는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밝고 재미있는 성격이지만 실수가 잦아 동료와 선배에게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다. 푼수 같을 때도 있다.

이렇게 명랑한 역할은 처음이어서 저절로 신이 나요. 그동안 멜로드라마에서 침울하고 눈물 흘리는 배역을 많이 맡아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김형식 PD는 이요원이 멜로드라마에서 비운의 주인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바꾸면 오히려 신선할 듯했다며 촬영을 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오뚝이처럼 꿋꿋하고 친근한 달희 캐릭터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요원은 SBS 드라마 패션 70s, 영화 아프리카 광식이 동생 광태 등에서 눈물 연기를 많이 보여 줬다.

외과의사는 달희가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과 더불어 선배인 안중근(이범수)과 이건욱(김민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삼각관계가 기둥 줄거리다. 이요원은 드라마 설정과 달리 두 남자 연기자들이 서로 분위기를 띄워 줘 팀워크가 좋다고 말했다.

범수 오빠는 영화만 해서 드라마 촬영이 낯선가 봐요. 제 앞에서 영화랑 다르네를 입버릇처럼 말해요.

이요원은 서울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의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았다. 그 덕분에 두 줄로 이어진 청진기가 한 줄로 된 것보다 잘 들린다는 등 간단한 상식도 알게 됐다. 하지만 아직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NG가 많이 난다며 속상해했다.

미국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도 챙겨 봤어요. 연기일 뿐인데, 의사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여느 연기자와 달리 일찍 결혼해 딸을 하나 둔 그는 감동과 진실을 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새해 소망은 오로지 일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외과의사가 수목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하고 5월경 개봉할 영화 화려한 휴가(518민주화운동을 다뤘으며 이요원은 간호사 역할을 맡았다)가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여러 복 중에 일복이 터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남원상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