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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신요? 배우의 자세에 충실해야

Posted April. 18,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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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그게 감독님만 원하면 꼭 될 일인가도 싶어요.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내 애스톤하우스. 홍상수 감독의 일곱 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고현정(35사진)은 만약 홍 감독이 노출 연기를 요구한다면 어찌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운을 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양 귀 뒤로 단정히 넘겼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팬들이 원한다면 감독님도 파격적인 걸 요구하실 수 있을 테고. 저는 제 욕심보다는 배우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고 싶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옆에 있던 배우 김승우는 농반진반으로 이 영화에는 제가 알기론 베드신이 없어요. 침대에선 안 하니까요라며 베드신에 대한 상상을 부채질했다.

이달 중 촬영에 들어가 올가을 개봉 예정인 해변의 여인은 고현정이 데뷔 16년 만에 처음 출연하는 영화. 지난해 SBS 드라마 봄날을 통해 10년 만에 TV에 복귀했던 고현정이 선택한 이 영화는 해변으로 여행을 떠난 남녀 4명의 사랑 이야기. 고현정 김승우 송선미 김태우가 주인공이다. 고현정은 공상에 잘 빠지며 남자들이 좋다고 하면 꼭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넘어가는 싱어송라이터 문숙을 연기한다. 문숙의 개방적인 캐릭터는 그간 고현정이 맡아 온 조신한 여성상과는 대척점에 있다.

처음 영화에 출연하니 두려움은 있어요. 지금까지는 제가 보호를 받다가 이제야 성인이 되어 남들 앞에 나서는 느낌이에요. 그림일기를 끝내고 줄만 쳐진 일기장을 받은 복잡한 심경이에요.

최진실 고소영 같은 또래 배우들도 다시 영화로 뛰어드는데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고현정은 방긋방긋 웃으며 그분들에게 제가 오히려 (연기를) 물어봐야죠. 라이벌은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 대해) 뭘 알아야 말이죠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이날 고현정에 대해 수없이 많은 광섬유가 한데 엮인 다발처럼 감정의 다발이 풍부한 배우라고 평했다.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