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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초대형 야외공연

Posted September. 29, 200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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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구름을 벗어났다가 다시 숨기를 거듭하던 28일 저녁.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실학축전 2004 경기(집행위원장 임진택) 전야제에서 한민족 고유의 놀이인 산대희(희)가 220년 만에 재현됐다.

산대희는 국왕이 궁성 바깥으로 행차할 때나 중국 사신을 영접할 때 벌였던 대규모 놀이로 6세기 신라 진흥왕 때 이미 산대희에 관한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공연이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산대희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주로 벌어졌고 길 좌우측에 놓였던 큰산대는 높이 25m에 이르는 거대한 장식물이었다.

이날 전야제에서는 예산대라 불리던 이동식 소형 산대를 재현했다. 계곡과 동굴이 있는 산을 형상화한 높이 7m, 길이 10m, 폭 3m의 무대 겸용 장식물인 산대가 이곳 야외공연장에 놓였다. 원래는 수레바퀴를 달아 사람이 밀고 끌게 돼 있지만 이번에는 소형 트럭으로 움직이게 했다. 옛 기록처럼 색색의 비단과 각종 천으로 휘감지는 않았지만 나무 틀 위에 스티로폼과 스펀지를 덮어 녹색 칠을 했고 그 위에 소나무와 사슴, 학, 불로초 모형을 설치해 옛 모양을 따랐다.

글로만 전해지던 산대의 형상은 청나라 사신 아극돈()이 자신에 대한 조선의 영접행사 장면을 담아 1725년에 그린 봉사도()가 1999년 공개되면서 그 모습이 처음 드러났다. 이날 전야제에 선보인 예산대는 봉사도 속 산대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진 것.

산대희 전문가인 손태도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7세기 초 나례청()등록 등에 따르면 큰 산대를 만드는 데 장정 1000명이 2, 3개월간 동원됐고 산대에 놓는 들짐승은 박제를 했지만 까치 까마귀 부엉이 올빼미 등 날짐승은 산 것을 2050마리씩 날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웅장하고 정교하게 치러지다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정부 재정이 피폐해지자 1784년부터는 아예 산대희를 중단했다.

전야제에 선보인 산대희에서는 무형문화재 58호인 줄타기 명인 김대균씨가 한 다리로 줄을 딛고 다른 다리로는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외홍잡이 등 10여가지 재주를 부려 관객 500여명의 흥을 돋웠다.

유라예술단의 소리꾼과 악사 10여명이 산대에 올라가서 잡가 중 서서 부르는 선소리를 했고, 양주별산대의 탈춤 애사당 법고놀이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학생들의 인형극 꼭두각시놀이가 흥을 점점 고조시켰다. 장타령 등 민요와 풍물굿이 이어지자 흥에 취한 관람객들이 공연장으로 내려와 강강술래를 하면서 2시간반 동안 진행된 산대희는 막을 내렸다.

한편 실학의 실용 민생 개혁정신을 되살려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취지로 29일 개막된 실학축전 2004 경기는 문화의 전당 등 경기도 곳곳에서 다음달 3일까지 10여가지 행사로 진행된다. 표 참조. 031-267-0950, www.silhakfestival.com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