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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형 김치냉장고 실화야?” 스크린 너머 만난 북

“서랍형 김치냉장고 실화야?” 스크린 너머 만난 북

Posted July. 17, 2018 07:58,   

Updated July. 17, 2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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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정말 핸드폰을 갖고 다니네.” “저 축구복, 푸마 아니야?”

 15일 오후 8시 경기 부천시청 야외광장.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최초로 북한 영화 공개 상영회를 열었다.

 이날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영화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영화상을 받은 ‘우리집 이야기’. 김정은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비교적 최근작이다. 그동안 북한 영화는 별도 허용 절차를 거쳐 ‘제한 상영’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집 이야기’는 부모를 잃은 세 남매 중 자존심 세고 공부 잘하는 15세 맏이 ‘은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모 없이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업 성적이 떨어지지만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다 조건 없이 애정을 베푸는 이웃 언니 ‘정아’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사회의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초반부는 비교적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끼리 온 관객 약 200명이 이날 상영회를 찾았다. 스크린 앞 좌석은 물론이고 잔디밭에도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마시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때로는 웃음도 터뜨리며 영화를 지켜봤다.

 정아가 은정에게 “죽도록 공부해, 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어”라고 하자 폭소가 터지는가 하면 등장인물들이 서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거나, 어색한 플래시백 장면이 한국 영화와 사뭇 달라 재미있다는 듯 웃음이 나왔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버이 원수님’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체제 선전적인 내용이 나오자 허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생각보다 볼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천 시민인 이득규 씨(46)는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함께 키웠던 기억도 나고, 초반부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더빙이어서 어색하고 기술도 완벽하지 않아 영화로서 평가하기보다는 귀엽게 봤다”고 했다. 윤은채 씨(34)는 “영화의 최대 반전이 ‘우리 집은 결국 당’이라는 메시지였다. 군대를 20년 간다거나 정아를 ‘처녀-어머니’라고 호칭하는 부분이 놀라웠다”면서도 “북한 사람들의 옷이나 음식, 집 등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미정 씨(50·여)는 “영화의 의도가 눈에 뻔히 보인다. 꽃제비라든가,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많이 들어왔는데 삼남매의 집 안 환경이 깨끗하고, 서랍형 김치 냉장고가 나와 북한의 관객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느낄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번 상영은 4·27 남북 정상회담 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 문화 교류 활동의 하나다. BIFAN 측은 올해 초 통일부의 사전 접촉 승인을 받아 최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로부터 작품 상영 허가를 받았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