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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다섯번째 멤버
박완서(소설가) 김화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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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친 9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 '사이다 무덤' '손톱' '통근버스' 등 4편을 관심 깊게 읽었다.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갖춘 작품들의 수가 늘어난 느낌이지만 반면에 이 것이다 싶을 만큼 한눈에 우뚝 솟아나 보이는 작품은 없었다.

'통근버스'는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한 편이나 짜임새가 너무 평면적이다. '사이다 무덤'은 서술능력에 안정감이 있고 정황묘사도 인상적이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지점'에 놓인 간이터미널의 분위기, 쌀알을 세며 기다리는 소녀의 심리, '사이다무덤' 달고도 날카로운 이미지를 살려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학대하는 계모'의 주제가 낡은데다가 그 비중도 과장된 면이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당선을 다툰 작품은 '손톱'이었다. 탄탄하고 신선한 문장과 정확한 묘사,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과 균형감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날카로운 것과 부드러운 것의 강렬한 대조, 목욕시키는 장면 등의 오래 남는 인상은 이 작가의 역량을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정황설정(수갑, 극한적 인상의 감옥, 벽에 걸린 가방, 뜯어낸 쪽마루 등)이 당선작으로 정하는데 끝내 방해가 되었다.

당선작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는 서술의 흐름과 톤을 세심하게 조절하면서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전체 속에 적절하게 배열 혹은 반복하여 일정한 분위기와 정서를 산출하는 능력에 있어서 탁월하다. 여인숙, 자루 안에 담긴 개, 핏자국이 묻은 텅 빈 자루, 술, 화투, 폭행 등으로 표상 되는 '사내'의 공격적 세계와 여자, 사진, 기타, 드레스, 피아노, 비틀즈, 그리고 노래를 관통하는 연약함, 추억, 탈출의 꿈을 상호대비 시키면서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특산물도 없는 항구도시'속에 담아낸 아름다운 소품이다. 신문지에 찍힌 사진, 화분 속의 죽은 난초, 텅 빈 개 집, 찌그러진 입 간판, 동태의 충혈된 눈 같은 대상들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보는 시선의 고요함 - 거기서 솟아나는 암시력에 이 작품의 힘이 있다. 치열한 작가정신의 수업은 정작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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