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호/200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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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의 풍류 맛기행 | 애저찜

 
 

부드럽고 감미로운 남도 참맛

'규합총서’에 보면 애저탕은 광주의 명물로 나온다. ‘저육 새끼집’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새끼 밴 어미돼지를 잡아 새끼집 에 든 쥐 같은 것을 정히 씻어, 그 배 속에 양념하여 통째로 찜하면 맛이 그지없이 감미롭다고 했다. 그러나 얻기가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일부러 잡기는 음덕(陰德)에도 해로움이 있으니 그저 연한 돼지를 취하라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그래서 요즘은 어미 배 속에 든 것을 빼내는 일은 없고 축산 처리 과정에서 생긴 어린 새끼돼지인 아저(兒猪)를 쓴다. 아저는 어감이 안 좋으니 아예 슬플 애(哀)자를 써서 애저라고 부른다.

전북 향토식품 제1호로 지정된 진안관(이상봉ㆍ063-433-2629)의 경우 생후 1개월 남짓한 새끼돼지에 마늘ㆍ생강 등을 넣고 푹 삶는다. 이를 초장에 찍어 먹는데 간장 맛의 노하우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살집이 워낙 부드러워 뱉을 것도 없이 그대로 술술 넘어가면서 목줄까지 감미롭게 한다. 찜에서 남은 것은 매운탕으로 다시 끓여준다(3인분, 2만5000원). 2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50년 전통을 쌓은 곳이 진안관이라면 광주의 ‘또식당’은 40년 전통(박정지ㆍ062-222-1355)을 자랑한다.

“우리 집 주재료는 인삼과 대추지요. 한약재인 포부자를 넣고 약한 불에 2시간 이상 푹 찌는 거랍니다. 인삼은 직접 진안에서 사오고, 대추는 약대추를 씁니다. 여기에다 기본 꾸미인 2주 전후의 애저를 쓰니 살이 연해 혀에 감치고, 목에 감치는 이중의 맛을 느낀다고 외지 손님들이 많이 들러요.”

박정지 여사의 설명이다. 이것이 완전 남도식 애저찜이며 또한 완전식품이란다. 다시 ‘규합총서’에 나와 있는 당시의 애저찜 만드는 법을 들여다보자.

‘비린내 가신 살점을 묵은 깻잎에 생이젓과 마늘을 넣고 쌈 싸먹으면 한결 산뜻한 향이 입안에 돌고….’ 보신으로 말하자면 이를 따를 만한 여름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애저찜은 애저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 뒤 꿩ㆍ닭ㆍ마늘ㆍ두부ㆍ파ㆍ호두 등을 기름에 볶아 넣은 다음 실로 꿰매 푹 찐 것인데 이를 애저증, 즉 아저증(兒猪蒸)이라고도 한다는 것이다. 요새 말로 훈제인 셈인데 ‘황토흙구이’를 하면 더욱 맛있다고 한다.

요즘은 유황오리구이 또는 닭구이가 유행이지만 요리천국인 중국, 특히 ‘홍루몽’에 나오는 반금련과 서문경이 으뜸으로 친 음식도 ‘황토구이 애저증’이었다. 또 제주에 건너가면 ‘도새기몸국’이나 도새기회는 향토음식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돼지머리에 절하고 개고기 먹는 민족이라고 이죽거리며 거위 목을 치는 프랑스인에 비해 우리 전통음식은 하나도 모자람이 없다. 음식에 스민 청결성이나 자비정신, 금기만 해도 세계 으뜸이다.

‘식성지인성’(食性之人性)이란, 식성이 곧 인성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이는 순전히 민족음식의 메시지에 의한 것인데, 이익은 일찍이 우리 민족을 일러 간장의 재료가 되는 콩을 빗대 ‘대두박 민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짠 사람’ ‘짠순이’ ‘싱거운 사람’ 더 나아가 ‘심심하다’고까지 표현되는 심성은 맛에 대한 즉흥성과 구강성을 동시에 타고난 사람들이란 뜻을 함축한다. 바로 이 ‘맛→멋’의 발전단계에서 선풍과 검약·절제 정신이 배어난 표본식탁이 남도식탁이고 남도풍으로 고착된 것이다.

돼지 한 마리가 45kg의 사료를 먹으면 약 9kg의 고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같은 양을 먹은 소에서는 3kg의 고기밖에 얻지 못한다. 칼로리 면에서도 돼지는 소보다 3배, 닭고기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을 지녔다. 그러니 애저찜은 남도식탁의 가장 감미로운 윗자리를 차지함이 너무도 당연한 향토식품의 백미라 할 것이다.


Tips

규합총서

조선 순조 때인 1809년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부녀자를 위해 엮은 여성 생활백과. 여성의 교양지식이 될 만한 의식(衣食) 관련 글들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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