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호/200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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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南에선 눈칫밥, 北에선 찬밥 신세

남북관계 개선 걸림돌 ‘현대아산’ … 금강산사업 불확실로 양쪽서 모두 눈총

한때 남북한 당국 양쪽으로부터 ‘칭송’받던 현대가 이제는 남북한 양쪽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온 금강산관광사업이 오히려 이제는 남북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826명을 태운 금강호가 금강산을 향해 처음 출항한 것은 지난 98년 11월18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뚝심’이 낳은 이 경협사업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기반을 조성하고 경제난에 처한 북한에 귀중한 달러를 안겨준 복덩이였으나 사업 시행 3년 만인 지금은 남북한 당국 모두에 큰 부담을 주는 골칫덩어리로 바뀌었다.

북측은 이미 관광객 감소와 현대아산의 유동성 위기로 관광대가 지불액이 크게 줄면서 ‘외화벌이’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현대아산과 함께 이 사업의 공동 주체인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김용순 위원장)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처음부터 이 사업을 반대했던 군부의 입김이 한층 더 드세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인지 정주영 회장 생전에만 해도 김용순 아태위원장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도 면담하던 현대아산 방북단이 요즘은 강종훈 서기장-송호경 부위원장을 면담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찬밥’ 신세라는 지적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현대의 교섭력을 믿었는데 실망이 크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남한 당국자들도 “일단 벌여놓고 보는 현대의 무리한 사업추진 방식이 남북한 양쪽의 온건파 입지를 좁혀놓고 남북관계마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실제로 금강산관광사업이 차질을 빚기 시작한 연초 현대아산이 밝힌 자구책 가운데 지금까지 성사된 사항은 대북 경협자금 지원밖에 없을 만큼 현대측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대북 지불금 달라” 북 압박 심해져

당시 현대아산측이 대북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향후 자구계획으로 공언한 사항은 △관광 대가금 지불 유예(삭감) △대북 경협자금 지원 △관광공사 지분 참여 △금강산 카지노 설치 및 면세점 운영 △철도·도로 등 육로 이용 관광 추진 △개성 등 타지역과 연계된 금강산 관광 추진 △장전항 부두시설 담보 차입 추진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차입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9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선결과제는 과도한 관광대가 지불금. 현대아산측은 지불금을 50% 삭감하거나 2005년 2월 이후로 지불 유예하기로 아태측과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현대아산의 발표와 달리 남북한은 이 문제로 줄곧 신경전을 벌였고 지난 6월8일에야 현대아산-아태측이 관광사업 대가를 능력에 맞게 지불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해결이 되는 듯했다. 또 현대아산은 그 후 관광객 수 비례방식으로 1인당 100달러씩 지불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10월분 관광 대가금 40만 달러(약 5억원)를 송금하지 못한 가운데 최근 북측이 기왕의 밀린 대북 지불금마저 완납하도록 압박하고 있어 다시 미묘한 갈등기류가 형성되었다. 현대의 장담과 달리 대북 지불금 완납 문제가 여전히 남북 당국간 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 기간인 9월15일 금강산에서 있은 현대-아태 접촉에서 북측이 밀린 관광 대가금 문제를 집중 거론한 데 이어, 10월3∼5일 열린 제1차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에서 남한 당국의 ‘사업보증’을 요구하는 등 최근 금강산 ‘미수금’에 강한 집착을 내보이는 것도 더는 현대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측이 못미덥기는 남한 당국도 마찬가지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뒤늦게 공개된 현대-아태 접촉 면담록을 예로 들어 현대측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현대측이 작성한 면담록에 따르면, 북측이 금강산 육로관광 공사를 비롯해 △개성공단 △임진강 댐 △경의선 연결 북측 구간 공사 등 중요 경협사업들의 창구를 모두 현대로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30년간 일단 사업을 벌여놓고 문제가 되면 로비로 무마하는 것이 ‘하면 된다’는 현대의 사업방식이었다”면서 “어쩌면 현재 남북관계의 핵심 변수인 금강산사업이 겪는 어려움은 현대가 북한에서도 저돌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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