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호/200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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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기자의 세상속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치웠을까

작가 박완서의 유년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뒷간에서 떡을 빚는 도깨비 얘기가 나온다. ‘코가 막혀서 냄새를 못 맡는 도깨비가 뒷간에서 밤새도록 똥으로 조찰떡(조차떡)을 빚는다고 했다….’

그러나 도깨비가 어디 옛날 그 시절의 뒷간에만 있을까. 어린 시절 고향 마을 들판에 지천으로 널렸던 싱아만큼이나 서울 여의도에도 도깨비가 넘쳐난다. 도깨비가 냄새를 못 맡는다면 일단 도깨비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데, 그런 자격 상실의 도깨비들이 떡을 빚으려고 드니 그 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필경 똥으로, 먹을 수 없는 떡밖에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작금 민주당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똥으로 떡을 빚고 있는, 그것도 밤새도록 만드는 도깨비들이 연상된다. 과연 무엇이 진짜 민심인지 구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눈과 코를 이미 권력욕에 저당잡혀 제대로 된 분별력을 상실한 듯 보이는 그들이, 민심을 치유하겠다고 자기네끼리 박터지듯 싸우며 만드는 떡이 혹시 똥으로 빚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냄새 못 맡는 도깨비 못지않게 가관인, 술에 취한 듯 갈지자걸음을 걷고 있는 도깨비들도 있다. 한나라당 도깨비들이다. 이 도깨비들의 걸음과 표정은 지난 10월25일을 경계로 확 바뀌었다. 그 전만 해도 나라를 결딴내고 있는 민주당 도깨비들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 살기등등하더니, 어찌 된 일인지 10월25일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새색시처럼 나긋나긋하기 그지없어졌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10월8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이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권력형 부정부패는 끝이 없고 국가권력은 사유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용호씨 스캔들을 “국가권력이 폭력조직과 결탁해 국기(國基)를 뒤흔든 사태”라고 규정하고 “이 사태만큼은 정치생명을 걸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로잡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다짐은 자신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지만, 국민을 향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총재는 10월31일부터 ‘국민우선정치 실천을 위한 민생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청주 대구 울산…. 앞으로 경기, 부산, 경남 등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생 투어’라는 타이틀만 붙이지 않았다면 영락없는 ‘대선 유세행보’다.

그런데 이 민생 투어가 ‘국기를 뒤흔드는 사태’에 해당하는 이용호 스캔들을 바로잡는 것과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우둔한 기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검찰도 잘 모르겠다는 사건의 진실을 행여 일반 국민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서까지 ‘국기문란 사태’를 바로잡겠다고 했으면 그렇게 한가하게 지방으로 다닐 시간은 없는 것이 정상 아닐까? 정말 대한민국이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국정조사를 실시한 후 특검제를 실시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선거가 끝나자마자 확 바꾸어 철회할 것이 아니라,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더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순리 아닐까. ‘이용호 게이트’의 수많은 의혹이 일반인 모르는 사이에 다 풀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 많던 의혹은 어디로…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

태도의 돌변은 부하 도깨비들도 마찬가지다. 이무영 경찰청장을 출석시킨 10월26일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제주경찰서 정보보고서 유출 및 한나라당 제주도지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제주도지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독재권력에서도 유례 없는 야당 탄압’이다.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은 대표 질의자 단 한 사람이 “집권 여당이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경찰에게 프락치라는 등 언어테러를 한다면 경찰이 앞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한 정보 보고를 하겠느냐”고 알 듯 모를 듯한 질의 한 번으로 끝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실탄을 갖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모를 일이다. 그 많은 실탄을 갖고 있는 것이 자랑인가. 그래서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자랑거리인가.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그 많던 의혹은 다 어디 갔을까. 대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치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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