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문화 갈증 이번엔 채울 수 있나

서울 주요공연장의 어느 문화기획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몇 년 전 지방도시로부터 오페라 공연 요청이 있어 “무대 규모나 관객동원 등의 어려움을 감안해 그랜드오페라보다 오페레타가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더니 “무슨 편지요?”라고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지방에도 번듯한 문예회관들이 들어서고 순회공연도 많아져 이 정도의 민망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서울을 한 발자국만 나서면 문화적 공백을 느끼게 된다. 그 지역의 문화가 없고, 문화를 만들어갈 사람도 없고, 그것을 누릴 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관광부가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선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각 지역의 문화전통을 새롭게 조명해 재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권을 신장하겠다”는 취지에 손뼉이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중한)가 발표한 10대 기획사업 중에는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역문화컨설팅 지원사업’. 평소 지역문화의 현안으로 지적돼온 기획력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식지원 컨설팅팀을 구성하고,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문화기획-운영 인력을 길러내겠다는 게 이 사업의 내용이다.

2001년 현재 지방 문예회관 수는 광역단체 13개, 기초단체 77개에 달한다. 여기에 56개 기초자치단체가 문예회관 건립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돈 들여서 지은 뒤 사정은 어떤가. 공연을 기획하고 운영할 인력도 자금도 없어 비워두는 시간이 더 많고 고작 구민 장기자랑대회 장소로 이용된다.

가장 필요한 시기에 ‘지역문화의 해’가 선포된 것을 환영하며 잠시 눈만 즐거운 행사가 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산적한 문화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