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잠시 날 잊어줘,널 울릴 것 같으니까

Posted June. 16, 2018 09:19   

Updated June. 16, 2018 09:19

中文

 “월드컵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나와 동료들 모두 경기장 안에서 자기 자신의 강점을 표현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9)은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말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동료들의 투지를 끌어올린다. 기성용은 “월드컵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결과가 잘못됐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 한 번쯤은 영광스러운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스웨덴전 준비는 90% 정도 끝났다고 했다. 나머지 10%는 정신력과 컨디션 관리라고 했다. 그는 “진짜 중요한 것은 본선 첫 경기다. 자신 있다. 우리는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성용에게 스웨덴과의 첫 경기가 남다르게 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시즌까지 클럽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어제의 동지’와 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렸을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의 기성용과 마르틴 올손(30·스웨덴)은 영국에서 함께 조 추첨식을 보고 있었다.

 기성용이 올손에게 말했다. “아마도…. 우리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을까?” 예감은 적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이 월드컵 본선 F조에 스웨덴(FIFA 랭킹 24위)과 함께 속하게 된 것. 올손에 따르면 조 편성이 끝난 뒤 기성용은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우리는 더는 얘기를 나누면 안 돼. 이제 우리는 적이야.”

 스완지시티의 측면 수비수인 올손은 EPL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함께 수비진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현재 스완지시티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새 팀을 물색 중이다. 다음 시즌부터 적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기성용과 올손은 월드컵 무대에서 먼저 적으로 만나게 됐다.

 올손(A매치 43경기 5골)은 스웨덴의 왼쪽 측면 수비수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진영의 빈 공간에 침투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린다.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 능력도 갖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감한 오버래핑을 즐기는 올손은 스웨덴의 에이스인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RB라이프치히)의 움직임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올손은 스웨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기성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성용은 양발로 정확도 높은 패스를 한다. 그가 볼을 잡고 있는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둘이지만 맞대결을 앞둔 최근에는 연락을 끊었다. 올손은 “한국과의 경기가 끝난 후에 기성용과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올손은 한국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토트넘과 경기를 할 때 손흥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가 내게 ‘여름(월드컵 기간)을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는 그냥 웃어넘겼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