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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무릎 시위

Posted September. 27, 2017 07:52   

Updated September. 27, 20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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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의 쿼터백이던 콜린 캐퍼닉은 터치다운 득점을 올리면 오른팔 이두박근에 입을 맞추는 세레모니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따 ‘캐퍼니킹(Kaepernicking)’으로 불리는 이 행동은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이 따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캐퍼닉의 팔뚝 키스는 당분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캐퍼닉이 아직 어떤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흑백 혼혈인 캐퍼닉은 지난 시즌 국가가 연주될 동안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나라를 위해 일어서지 않겠다”며 무릎을 꿇고 앉아 흑인의 지지와 백인의 비난을 동시에 샀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프로 팀들이 그를 고용하지 않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NFL 선수들의 ‘무릎 시위’를 비난하면서 ‘원조’ 캐퍼닉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날 200여명의 NFL 선수들이 무릎을 꿇었다.

 ▷2014년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브라질 출신 다니 알베스가 관중이 그라운드로 던진 바나나를 집어 들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어버린 일이 있다. 바나나는 흑인을 원숭이 취급하는 인종차별의 상징이다. 이후 많은 선수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렸다. 선수 시절 박지성은 인종 차별 발언을 한 존 테리의 악수를 거부했고, 박찬호는 인종 차별성 욕설을 한 팀 벨처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려 응징했다.

 ▷1965년 유엔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금기다.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은 ‘면책가능성이 고려될 필요가 없는 행위’이자 ‘손해배상 청구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위’(남기연 단국대 교수)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해 검은 장갑을 끼고 시상대에 오른 이후 많은 스포츠맨들이 인종차별 시위를 벌였다. 스포츠 스타의 저항이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이 가진 대중성과 영향력 때문이다. 이번 무릎 시위가 다시 한번 인종차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 성 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