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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레기장의 1900억

Posted September. 13, 2017 08:11   

Updated September. 13, 20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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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에게 성매매를 해주고 살아가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 소영(윤여정 분)은 섹스를 ‘죽여주게 잘 한다’는 입소문의 주인공이다. 그러다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하는 노인을 상대로 진짜 ‘죽여주는 일’을 하게 된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질병 가난 고독 등 노인문제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의 얘기지만, 영화 속 소영 할머니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일본 쓰레기장에서는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 NHK가 경찰백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현금을 주웠다고 신고한 금액이 지난해만 177억 엔(한화 1900억원)이다.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장롱에 보관하던 뭉칫돈이 사후에 버려진 유품에 섞여 나온 것이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융자산만 2015년 420억 엔(한화 4340억원)이다. 초고령 사회 일본의 심각한 현주소다.

 ▷일본에서는 2012년 숨진 지 6개월이 지난 90대 아버지 시신 옆에서 60대 아들이 자살해 충격을 주었다. 같은 해 도쿄 아파트에서 30대 딸이 병사하고 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70대 어머니도 곧이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죽음이 연간 3만 건이 넘는다. 일본 정부가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독거가구의 전기 가스 사용량을 체크하고 공무원과 주민의 방문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웃이나 정부의 간섭을 기피하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사망한 지 몇 달 지난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면 일본 고독사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1인 가구 비중도 25.3%(2012년)에 이른다. 기초연금 도입이 늦어 65세 이상 노인 빈곤률도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국내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정부가 시신을 처리해준 무연고 사망자가 1008명(2014년)에 이르는 걸 보면 고독사는 훨씬 많을 것이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이웃의 관심이 고독사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