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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서도 “사회적 가치” 외친 최태원 회장

중국 가서도 “사회적 가치” 외친 최태원 회장

Posted May. 29, 2017 07:27   

Updated May. 29, 20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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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최 회장의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중국 사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인식이다.

 최 회장은 2006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자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SK그룹은 사실상 중국 사업에 ‘다걸기(올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라는 악재를 만난 뒤 SK그룹의 중국 사업은 직간접으로 차질을 빚으며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 관계자는 “24일 중국 상하이 포럼 참석차 중국 출장길에 오른 최 회장은 중국 사업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뿐 아니라 방법과 시기, 절차 등 이른바 ‘중국 접근법’에 대해 생각을 재정리하는 것에 출장의 목적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개월간의 출국금지 조치에서 풀려난 최 회장이 중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 최 회장 “중국, 다양한 접근방식 고민해야”

 최 회장은 중국에 도착한 직후 베이징으로 향했다. SK그룹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 제리 우 대표를 직접 만나 사드 배치 등 대외적 악대가 중국 사업에 미친 여파와 해법을 논의했다.

 SK그룹은 4월 1일 SK차이나 수장을 우 대표로 교체했다.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 중국 사업의 돌파구를 찾고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 대표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해외 통상 분야를 담당한 뒤 2009년부터 중국 골드만삭스에서 몸담은 현지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다. 부동산, 신에너지, 렌터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SK차이나의 신사업 발굴 및 투자에 우 대표의 정·관계 및 IB 관련 인맥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중국 사업은 난항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연내 중국 내 배터리 제조 공장 설립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또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보유한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50%)을 인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SK플래닛은 중국민성(民生)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지만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무산됐다.

 최 회장은 2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임원 모임에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뚜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사람을 보내고 있고 비즈니스뿐 아니라 문화, 학문 교류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니 끈기 있게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 달라는 뜻이었다.

○ 기업의 사회적 가치 강조

 최 회장은 27일부터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열린 ‘2017 상하이 포럼’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기업의 재무적 가치(Financial Value)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언급했던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SK그룹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밝힌 셈이다.

 최 회장은 “서구는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고도 성장기에 넘겨왔던 여러 문제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관심은 이제 재무적 이슈에서 사회적 이슈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하며 SK그룹은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상생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설립한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2005년부터 푸단대와 함께 주최하는 상하이 포럼은 올해 12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아시아와 세계: 새로운 동력, 새로운 구조, 새로운 질서’를 주제로 열렸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매년 이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