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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억제 대가로 한미FTA 청구서 들이민 트럼프 행정부

북핵 억제 대가로 한미FTA 청구서 들이민 트럼프 행정부

Posted April. 19, 2017 07:18   

Updated April. 19,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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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어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해 개선(review and reform)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한미FTA 발효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라며 “미국 산업이 진출하기엔 너무 많은 진입장벽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최고위 인사가 한국 방문에서 직접 FTA 개정을 언급함으로써 한미FTA 재협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바로 전날 “미국은 한국 편에 100% 설 것”이라고 말한 펜스 부통령이 하루 만에 한미 FTA 개정을 피력한 데 대해 귀를 의심하는 건 어쩌면 한국적 정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북핵 위협을 막는 대가로 무역 역조를 해소하는 것은 한미가 윈윈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며 대중(對中) 무역역조를 비판했던 트럼프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한 압박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논리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한미FTA에 대해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킬러(살인자)”라고 비난했을 때부터 FTA 재협상이 예고된 것으로 보고 대비했어야 옳다.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교역은 연평균 2% 감소했지만 한미 간 교역은 오히려 1.7% 증가했다는 무역협회의 3월 발표도 미국에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3월 한미FTA를 포함한 기존 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놨을 때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번에도 산업부와 외교부는 재협상이 아닌 ‘미세조종’이라고 하지만 안이한 인식이다.

 ‘미국 우선주의’ 공약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안보와 경제도 거래의 대상이라고 보는 트럼프 행정부에 공짜 점심은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0만 개 일자리 창출과 7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들고 워싱턴에 날아갔고, 그 대가로 미일방위조약 강화 약속을 받아냈다. 정부는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한미FTA가 한미 양국에 윈윈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2012년 대선 때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타결한 한미FTA를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입장을 뒤집었다. 문 후보는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한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