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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소녀’에게서 반짝스타 아닌 아티스트의 포스가...

‘아델 소녀’에게서 반짝스타 아닌 아티스트의 포스가...

Posted April. 05, 2017 07:17   

Updated April. 05, 20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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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 소녀’ 리디아 리(본명 이예진·20)가 최근 ‘홍콩 아시안 팝 뮤직 페스티벌’에서 대상과 최우수 보컬상을 받았다. 리는 이르면 8월 프랑스 음반사에서 세계시장 데뷔 앨범을 낸다.

 리는 2015년 서울실용음악고교 재학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 올린 아델의 ‘Hello’ 커버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며 싸이 이후 한국인으론 두 번째로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 ‘엘런 디제너러스 쇼’(엘런 쇼)에 출연했다. ‘아델 소녀’란 별칭도 이때 얻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와 홍콩 정부 주관으로 지난달 홍콩컨벤션센터(HKCEC)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리는 중국 일본 태국 홍콩 등의 신인가수들을 제치고 대상인 ‘아시아 초신성 상’을 수상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이마 카페에서 만난 리는 “1만2000명의 외국 관객들 앞에 선 순간 엘런 쇼 때만큼이나 떨렸다”며 웃었다.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을 부를 땐 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임기응변, 스캣으로 마무리했어요. 큰 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어요.”

 세계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그는 ‘Hello’를 부르던 2년 전 영상 속 교복 소녀처럼 여전히 수수한 모습이었다. “당시 큰 가요기획사들에서 (영입) 제안도 받았지만 대학에서 예술경영이나 영화연출을 공부하고 싶어 고사했어요.” 그런데 하필 대학 입시전형 기간에 엘런 쇼에서 연락이 온 게 그의 운명을 바꿨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데 선생님께서 ‘잠깐 교무실로 올라와 볼래?’ 하시더라고요. 미국 엘런 쇼 제작진이 국제전화를 걸어 저를 찾는다면서요.” 결국 그는 대학 진학을 미루고 가수의 길을 택했다.

 리는 지난해 미국, 영국에 가서 에드 시런, 원 디렉션의 공동작곡자인 피오나 베번 등 유명 작곡가들과 노래를 만들었다. 올 2월 발표한 싱글 ‘Blue’엔 리 자신의 얘기를 담았다. “얼굴 왼쪽이 파란 반점에 뒤덮여 태어났어요. 10대 때 고통스러운 수술로 제거하긴 했지만 쉽지 않은 사춘기를 보냈죠.” 최근 낸 둘째 싱글 ‘Talking to Myself’ 역시 몽환적인 악곡과 가창이 돋보인다. 반짝 스타인 줄 알았던 ‘아델 소녀’의 자리에 아티스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리는 올 하반기에 프랑스의 ‘빌리브 디지털’을 통해 미니앨범을 낸다. ‘빌리브 디지털’은 유럽의 대표적인 인디음악 유통사다. “아델도 좋아하지만 제 진짜 우상은 (아일랜드 가수) 데이미언 라이스예요. 요즘은 쳇 베이커와 리앤 라 하바스에 빠졌죠. 대중의 구미에 맞춰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제 음악을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