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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검토한다는 美, 정부 방심한 틈에 올 게 왔다

한미FTA 재검토한다는 美, 정부 방심한 틈에 올 게 왔다

Posted March. 03, 2017 07:09   

Updated March. 03, 201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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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USTR은 1일(현지 시간) 공개한 ‘2017년 무역정책 의제’에서 “한미FTA로 인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미국인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며 한미FTA를 포함한 기존 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USTR이 한미 FTA ‘재협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안일한 대응이다.

 USTR의 무역정책 의제가 매년 나오는 연례 보고서이고, 미국이 당장 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는 정부 설명은 맞다. 하지만 국제경제와 통상 분야는 정치와 달리 큰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중요하다. 336쪽에 이르는 방대한 USTR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FTA 재협상 요구안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냈다고 봐야 옳다. 한미FTA가 잘 이행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외교적인 수사에 현혹돼 우리 정부가 재협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추후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FTA 재협상 자체로도 타격을 받지만 재협상을 계기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부정적 영향이 세계로 확산된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하면 무역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이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무역정책이 미국인을 위해 작동하도록 재구성할 것”이라는 USTR의 정책기조는 자유무역이 미국 중산층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적으로 취약한 기반을 통상정책으로 만회하려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사정을 봐줄 리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부터 보호무역주의는 예고됐다. 한국은 진작부터 서비스업으로 성장 동력을 키우고 노동개혁으로 인적자원의 이동을 촉진해야 했으나 실기(失期)했다. 정부는 공식 채널인 한미FTA 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FTA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지만 이 정도만으로 트럼프 정부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어렵다. 미국이 자동차 분야 등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우리가 요구할 카드도 마련해둬야 한다.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미동맹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는 등 정치력을 총동원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