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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영공연 감동 그대로 국립극장서 영상으로 만난다

‘제인 에어’ 영공연 감동 그대로 국립극장서 영상으로 만난다

Posted February. 22, 2017 07:40   

Updated February. 22, 20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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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el Harlan

 나무 계단과 단상, 사다리로 이뤄진 간결한 무대는 손필드 저택, 로우드 자선학교, 숲길 등으로 끝없이 변화한다. 사각 프레임과 등불을 손에 든 배우들은 활짝 열린 창문과 어스름한 저택을 순식간에 표현해낸다. 제인 에어가 외숙모에게 학대받고, 자선학교를 다니며 손필드 저택에서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는 그 모든 과정이 광활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영상 화면으로 관객들과 만난 영국 국립극장(NT)의 ‘제인에어’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연출이 결합해 한 편의 대서사시를 눈부시게 그려 냈다. 영국 국립극장에서 화제가 된 연극을 촬영해 각국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NT Live(National Theatre Live) 프로그램이었다.

 영화 ‘미스터 홈즈’, ‘패딩턴’에 출연한 매들린 워럴은 제인 에어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자존심 강한 소녀, 인내와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가정교사, 신분의 차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사랑을 표현하는 당찬 여성을 매력적으로 그려 낸다. 여러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다채로운 연기는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중간중간 등장해 제인의 심정과 상황을 노래 부르는 배우의 청아한 음색은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든다.

 무대 위에 자리 잡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재즈 연주는 극의 흐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인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3시간 10분에 이르는 공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아주 오래전 읽었던 ‘제인 에어’를 다시 펼쳐보고 싶어졌다. 24, 25일 1만5000원. 02-2280-4114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