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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보드’ 꼬마 ‘아시아 눈밭’ 호령...이상호, 스노보드 대회전 한국 첫 金

‘배추밭 보드’ 꼬마 ‘아시아 눈밭’ 호령...이상호, 스노보드 대회전 한국 첫 金

Posted February. 20, 2017 07:07   

Updated February. 20, 201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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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겨울 축제 첫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 15년 전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꼬마였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2·한국체대)가 19일 개막한 2017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대회 첫날 한국 선수단의 첫 출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상호는 개막식 직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데이네 경기장에서 벌어진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합계 1분35초76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다.

 강원 정선군 사북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가 동네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해 만든 눈썰매장에서 어릴 적부터 뒹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없이 넘어지고 뒹굴었다. 그래서 ‘배추밭 소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정식 선수가 된 이상호는 2013∼2014시즌 스노보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에서 2위에 오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2위 딱지를 떼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대회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아시아경기 직전 열린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20위에 그쳐 충격이 컸던 이상호는 이번 금메달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스노보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꿈을 다시 부풀릴 수 있게 됐다. 이상호는 경기 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배추밭과 부모님이 생각났다. 내가 스노보드에서 최초를 써 가는 것이 너무 기분 좋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도 확실히 생겼다. 이제 목표는 ‘올림픽 골드 메달이다”고 기뻐했다. 이상호는 20일 스노보드 남자 회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따낸 이상호에 이어 최보군(26·국군체육부대)이 1분36초44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명곤(35·광주스키협회),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도 4,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가미노 신노스케가 동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독무대였다.

  ‘겨울의 감동을 공유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슬로건에 맞춰 삿포로 돔에서 3부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31개국 선수단과 임원 및 4만2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 15개 이상을 얻어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이후 14년 만에 종합 2위에 오르는 것이 한국의 목표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