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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31일 파산, 해운•조선업이 울고 있다

한진해운 31일 파산, 해운•조선업이 울고 있다

Posted February. 17, 2017 07:09   

Updated February. 17, 20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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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오늘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는다. 1977년 설립된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해운업 불황과 고가의 용선료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수송보국’의 꿈을 뒤로 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과거의 영화만 믿고 비싼 값에 배를 장기 계약한 경영의 실패와 금융 논리에 집착한 정부의 판단이 초래한 결과다.

 지난해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의 지원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과 올해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 사회가 잃게 된 최대 자산은 사람이다. 대우조선 인원감축의 여파가 중소조선업체로 확산되면서 조선업 전체에서 이미 2만 여명이 실직했다. 퇴직금은 고사하고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난 퇴직자가 부지기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일본 중동 등 경쟁국 조선소에 재취업하며 기술경쟁력까지 훼손됐다.

 1300명에 이르던 한진해운 직원은 지금 50여 명만 남아 가압류재산을 정리하며 회사의 ‘장례’를 준비 중이다. 해운업 1번지로 불렸던 부산 중앙동 일대 곳곳에는 임대광고가 붙었다. 조선해운업의 기반인 부산 울산 경남의 한숨이 눈물로 변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명분만 강조해온 정부 눈에는 일시적인 충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자금 지원을 들고 나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올해 해운업에 지원키로 한 6조5000억 원은 당초 한진해운의 부실 해소에 드는 부족자금인 4조∼4조 6000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런 돈을 혈세로 조성해 현대상선 자본을 늘려주고 터미널 등 자산 인수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은 구조조정 작업 자체가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키로 한 4조2000억 원 가운데 3800억 원만 남은 상황에서 추가자금을 검토한다니 은행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인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한진해운 처리 과정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문책이 아니라 죽어가는 산업을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다. 이것은 금융의 논리만으로는 안 되고 해당 산업과 전체 경제를 고려한 초당적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선주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