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넌은 교황을 가장 앞장서서 비판해 온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미국 내 가톨릭계 보수파 인사들과 각별한 사이다. 배넌과 가톨릭계 보수파는 이슬람을 서구 문명의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며, 전통 기독교적 가치 약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교황이 강조해 온 △난민과 빈민 보호 및 지원 △빈부 격차 줄이기 △종교 간 화해와 공존 △환경보호 등의 가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배넌은 자신이 설립한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황은 이탈리아 국민과 유럽인들에게 난민을 마중하고 그들이 살 공간을 제공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배넌이 서유럽의 극우 정당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가톨릭 내에서 교황을 급진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로 여기는 ‘반(反)교황파’와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손을 잡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 반대파 세력도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과 백악관 내 배넌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티칸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며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과 사실상 ‘동맹’이었던 교황이 트럼프 시대에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