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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고립 韓관광객 3400명, 오늘 오후부터 귀국길 올라

괌 고립 韓관광객 3400명, 오늘 오후부터 귀국길 올라

Posted May. 29, 2023 08:09   

Updated May. 29, 20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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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중인데 단수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어요.”

신혼여행으로 22일 괌에 온 강모 씨(32)는 28일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머무는 호텔이 단수돼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부처님오신날 연휴를 앞두고 태평양 휴양지 괌을 방문했다가 23, 24일 현지를 강타한 태풍 마와르로 발이 묶인 한국인 관광객 3200여 명이 공항 폐쇄 및 단전, 단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어머니 환갑을 맞아 가족여행을 왔다는 강수정 씨(28)는 “어머니 당뇨약과 혈압약이 이틀치 밖에 없어 약을 반으로 쪼개 먹고 있다”며 “어머니가 오른쪽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는데 맹장염일까 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22일 남편과 태교여행을 왔다는 신모 씨(34)도 “생수가 동나서 마실 물도 없다. 스트레스성 호흡곤란, 배뭉침이 심한 상태라 태아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태풍이 지나간 지 4일째지만 여전히 괌 국제공항은 침수된 활주로 등을 복구 중이어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 괌 국제공항 측은 26일 “이르면 이달 30일 운영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힌 후 추가 공지가 없는 상태다.

고립된 관광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을 통해 소통하면서 한국 정부에 귀국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이 “배편으로 사이판으로 이동한 뒤 귀국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외교당국이 검토했지만 괌과 사이판을 연결하는 배편은 오래전부터 운항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나 무산됐다.

외교부는 국제공항 운영 조기 재개를 괌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괌 당국이 공항 운영 재개를 30일보다 앞당기기 위해 빠르게 복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선 이르면 29일에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당국은 괌 현지에 한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대피소 3곳을 마련했다. 임시 대피소에는 현지 교민들이 제공한 생수, 비상식량 등이 비치돼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28일부터 한국인 의사 1명의 협조를 받아 현지에서 임시 진료소도 운영 중이다.

한편 괌 관광청은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관광객 5000∼6000명이 발이 묶인 것으로 추정된되는데 이 중 약 3200명이 한국인 방문객”이라며 “호텔들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준영기자 hand@donga.com · 고도예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