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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기러기 발자국

Posted April. 09, 2021 07:29   

Updated April. 09,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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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소식이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과거시험을 보러 수도 개봉(開封)으로 갈 때 면지(승池)라는 곳을 경유한 적이 있다. 그때 두 사람은 한 노승의 거처에 유숙하면서 승방(僧房)의 벽에 시를 한 수씩 남겼다. 후일 관리가 된 소식이 부임지로 갈 때 동생은 형을 배웅해준 후 개봉으로 돌아가 형에게 시 한 수를 보냈다. ‘면지를 회상하며 형에게 보낸다’라는 시에서 그는 형의 험난할 여정을 걱정하면서 ‘그 옛날 승방의 벽에 우리 함께 시를 남겼지’라며 당시 기억을 되짚었다. 마침 다시 면지에 들른 소식이 동생의 시에 화답하면서 옛 추억을 공유한 게 바로 이 시다.

 인생살이 분주하게 뛰어봐야 다 부질없는 노릇. 기러기가 우연히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러기 떠난 후 그 방향을 따진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를 맞았던 이곳 노승은 이미 입적하여 부도탑(浮圖塔)에 모셔졌고 우리가 남긴 시도 흔적 없이 사라졌구나. 노승과의 인연도, 정성 들인 시도, 산길에서의 고생도 결국은 기러기 발자국 같은 것이려니. 세상사가 그렇다. 아우여, 삶의 노심초사 같은 건 훌훌 털고 느긋하게 소탈하게 세상을 만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