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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의 비극

Posted November. 11,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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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사과 1개, 고구마 2개, 단백질 음료 1잔으로 하루를 버틴다. 국민 첫사랑 수지의 한 끼는 고구마 1개, 닭가슴살 조금, 우유 1잔이 고작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의 다이어트 식단을 보면 과연 이렇게 먹고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의아할 지경이다. 날씬함을 넘어 깡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스타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건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만 517세)의 과체중 비율은 여자 14.1%, 남자 26.4%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경우 남녀 격차가 거의 없는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만 OECD 최고 수준인 1.9배의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체중조절 압박을 그만큼 많이 받는다는 증거다. 작년 온라인 조사에서도 여학생 두명 중 한명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자는 무조건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의 정서적 압박감이 심각하다.

정상 체중인데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 많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다이어트 시작 연령도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점차 내려가는 추세다. 성장기에 무모한 다이어트를 하면 훗날 골다공증과 빈혈 등 몸이 골병이 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까지 따라온다. 문제는 아무리 이런 얘기를 해봤자 다이어트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아이돌 스타나 모델같은 체형을 동경하도록 부추기는 어른들 책임이 크다.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다이어트를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정부 차원에서 패션계 압박에 나섰다. 키와 몸무게의 상관관계를 재는 체질량지수(BMI)란 것이 있다. 프랑스는 BMI 18(키 175Cm에 몸무게 56kg 정도) 이하 모델을 무대에 세우면 6개월 징역형까지 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의 경우 건강증명서를 제출해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좀먹는 무모한 다이어트의 비극을 없앨 국민운동이라도 나와야 할 시점이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