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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도 박대한 김정은의 '마이 웨이' 불안하다

이희호 여사도 박대한 김정은의 '마이 웨이' 불안하다

Posted August. 10,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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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4일의 체류 기간 중 김정은을 결국 못 만나고 돌아왔다. 김정은은 이희호 여사님의 평양 방문을 환영한다는 인사를 인편으로 전했을 뿐 면담은 물론 친서 전달도 없었다.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랐던 일말의 기대도 속절없이 깨지고 말았다. 만 31세인 김정은이 93세인 이 여사를 염천()에 평양으로 오게 해 놓고 외면한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이 여사가 만난 가장 고위인사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는 이번엔 아태평화위 직함을 썼지만 실은 통일전선부의 부부장으로 우리로 치면 차관급 정도다. 대남 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2000년 김정일과 함께 615 공동선언을 한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임에도 기본적인 예우에 소홀했다. 이 여사가 돌아오기 전날 북측에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해 달라고 한 것도 실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통일부는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박근혜 정부가 이 여사의 방북을 개인적인 방북으로 규정한 만큼 자신도 성의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무 권한이 없는 이 여사와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해 보아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남남갈등 유발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이 여사 방북을 활용하지 못한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김정은이 국방훈련 같은 행사에는 적극적이면서 외교상 만남에서는 낯가림을 하는 것 같다. 외국에도 나가지 않고 외국에서 온 사절도 거의 만나지 않는 것을 보면 김정은의 폐쇄성과 자신감 부족을 보여준다.

이제 5일 뒤면 광복 70주년이지만 김정은은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 관심이 없음이 확인됐다. 북은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10일)을 거창하게 치르는 데만 매달려 있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력을 과시하려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도발을 하면 가뜩이나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섣부른 통일 논의는 공허하게 들린다. 현 상황이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미국 중국 등과의 대북 협력을 강화해 어떻게든 북의 태도를 바꿔놓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