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한국에 광복 70년, 일본에는 종전() 70년의 달이다. 올해는 두 나라 모두 역사적 의미가 큰 해지만 경제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거품 경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부터 장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은 경제부활 조짐과 함께 활력이 느껴진다. 반면 한국 경제는 활기를 잃으면서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리더십만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비해 중간 성적표가 낮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한 뒤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일관되게 경제 부흥전략을 폈다.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는 재정 적자 증가와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의 부작용도 낳았지만 패배주의가 팽배했던 일본 경제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올해 1분기 일본 경제는 전()분기 대비 1.0% 성장해 0.8% 성장에 그친 한국을 2년 만에 앞질렀다. 엔화 약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수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은 일본 제조업의 부활로 이어졌다. 경제가 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대졸 취업률이 무려 97%, 여성취업은 195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발표될 일본의 2분기 성장률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오지만 경기회복의 큰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과 관련 규제에 높은 관심을 쏟았다. 2014년 1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내수 확대와 경제 살리기로 정책의 중심을 옮겼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 혼선은 한국 경제를 저성장의 덫에 빠져들게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였고 올해 역시 3%대 성장이 쉽지 않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한국 제조업의 주력산업이 일제히 흔들리는 산업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일본과 달리 한국 청년들의 구직난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이다.
글로벌 무대에선 기업만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지도자도 경쟁을 한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박 대통령은 내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경쟁자는 일본의 아베 총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광복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극일()을 이루려면 박대통령이 확고한 신념과 결기로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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