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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의 교훈, 일은 잊지 않았다

Posted July. 02, 2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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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승객 800명을 태우고 일본 도쿄()를 출발해 오사카()로 향하던 신칸센 열차 객실에서 71세 남성의 분신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192명이 숨졌던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는 없었다. 불을 지른 남성과 52세 여성이 사망하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지만 나머지 승객은 모두 안전했다. 화재도 사건 객실 앞부분에 그쳤다. 터널 진입 때 기압 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밀폐구조로 설계된 신칸센 내 화재 사건치고는 최소한의 피해였다. 사고 다음 날인 1일 일본 정부와 언론은 과거 국내외 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철저히 행동으로 옮긴 덕분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72년 후쿠이() 현 쓰루가() 시 호쿠리쿠 터널(1만3870m)을 달리던 열차에서 식당 칸 난방배선 합선으로 불이 나 30명이 숨지고 714명이 부상한 대형 참사를 계기로 철도 차량 방화 대책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의무화했다. 신칸센이나 지하철의 천장, 시트, 바닥은 물론이고 차량 간 문도 불이 붙지 않거나 붙기 어려운 소재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신칸센이나 지하철 등 외부로 피신하기가 어려운 열차 내 방화 사건을 본격적으로 염두에 두게 된 계기는 대구지하철 참사였다. 당시 국립소방연구센터 조사팀을 대구에 파견해 사건 경위와 피해를 세밀하게 조사한 일본 정부는 이듬해인 2004년 12월 강화된 내화기준을 발표했다. 유독 가스가 다른 차량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과 차량 사이의 문을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로 의무화했고 모든 차량 사이와 기관사실에 소화기를 반드시 비치하도록 했다. 에어컨 통풍구도 고열에 잘 녹지 않는 소재로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와 별도로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터지자 전 차량 출입문 부근에 방범 카메라를 달고 각 차량 통로 공간에는 비상벨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수상한 물건을 쉽게 포착하기 위해 차량에 비치된 쓰레기봉투까지 투명한 재질로 바꿨다.

이번에 이상을 감지한 승객이 2호차 비상벨을 누르자 기관사가 즉각 차량을 세운 뒤 기관사실 뒤 문을 통해 1호차로 들어가 소화기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한 것도 이런 대비 태세 덕분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칸센에 배기설비를 장착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한편 불을 지른 남성은 평소 주변에 연금 수급액이 적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자살해 보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