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사퇴한 뒤 대한축구협회의 최대 현안은 신임 감독 선정이다. 당장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비가 시급하다. 신임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협회 회장단에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신임 감독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기술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기술위원회 개편을 약속함에 따라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포함한 기술위원 8명이 대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협회에 따르면 황보 위원장은 홍 감독이 자진사퇴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황보 위원장은 신임 기술위원들이 선정되고 인수인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물러날 예정이다. 기술위원장은 협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협회가 당초 홍 감독을 유임시킨 이유 중 하나가 2015 아시안컵의 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리는 대회다. 전통의 라이벌 일본, 이란 등과 번번이 격전을 벌인 대회여서 축구팬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준비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선뜻 감독을 맡으려 하는 이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국민들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또다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낼 경우 부담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신임 감독 선임은 아시안컵까지의 단기적인 운영이 아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감독을 선임하다 보면 선임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아시안컵 준비는 더욱 소홀하게 되는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내다보고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감독에게 눈앞의 아시안컵 성적을 어느 정도 요구할지, 실제 추구하는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선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들을 길러내기 위해 국내파 지도자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과 국내 축구의 이해관계를 떠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