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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화 가치, 손놓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치솟는 원화 가치, 손놓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Posted July. 04, 20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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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그제 달러 당 1009원대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한데 이어 어제는 1008원대로 더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01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최근 원화 강세는 한국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이 늘면서 우리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27개월 연속 흑자였고, 외환보유액은 3666억 달러로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및 채권 매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 추세라면 달러 당 원화환율 1000원도 무너져 달러 당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강세든, 약세든 경제적으로 빛과 그림자를 동반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전반적인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우리 돈의 구매력이 높아진다. 반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기업들로서는 환율 변수 때문에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어려움이 커진다. 원화 가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수출기업,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크게 나빠졌다. 특히 수출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높아져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원화 강세가 가속화하면 결국은 국제수지 등 거시 경제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내외 여건 상 일정 기간 원화 강세가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 속도는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나 한은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너무 빠른 원화 강세 행진에 제동을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환보유액을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통한 대외 투자를 확대해 외환보유액 급증에 따른 원화 가치 절상 요인을 완화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통한 수입 확대도 경기 회복과 원화 강세 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 2.5%인 우리 기준금리가 객관적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선진국들보다는 높다. 한은은 아직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지만 이 문제도 다시 검토할 시점이 됐다. 당국의 대응책과 별도로 수출주력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 진입까지 염두에 두고 품질 경쟁력 제고, 경영 혁신,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