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국민 모두가 털린 신용공황, 주민번호도 바꿔야 하나

국민 모두가 털린 신용공황, 주민번호도 바꿔야 하나

Posted January. 25, 2014 03:14   

中文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지난 해 9, 10월 농협과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체 정보를 바꿔치기해 9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조선족 김모 씨(26) 등 2명을 그제 구속했다. 피해자 81명은 신종 해킹수법인 악성코드에 감염돼 고스란히 당했다.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65명이나 속여 4억 1000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도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NH농협신용카드와 KB국민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돼 1700여만 명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범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신용공황이다. 1억6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이동식저장장치(USB)로 통째로 빼내간 용역업체 직원을 구속한 창원지검은 추가로 정보가 흘러나간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정보가 유출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시중에 퍼지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대출모집인들 사이에선 작년부터 KCB정보가 떠돌아다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유출정보는 전량 회수돼 부정사용 가능성은 없다. 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장담했다.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고 있다. 고객들이 앞 다퉈 카드를 해지하거나 교체하느라 은행과 카드사 창구는 연일 북새통이다. 모든 정보가 다 털렸으니 내 주민번호도 바꿔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신용이 쌓이지 않으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다. 미리 신고하지 않고 주()를 옮겨 여행하는 경우엔 승인이 거절돼 카드를 쓰지 못하는 낭패를 당할 때도 종종 있다. 카드사와 은행이 분실사고나 정보유출을 걱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직원이 고객정보를 통째로 빼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투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고객유치에만 열을 올린 카드사들의 어처구니없는 경쟁이 빚은 참사다.

금융당국의 면피 행정에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개 카드사 사장들이 옷 벗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엄중한 문책이 없으면 언제 사고가 재연될지 모르다. 국민 탓을 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 총괄사령탑으로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새누리당에서조차 경제팀 경질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사태는 위중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사태를 수습한 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대형 금융사고에도 당국자들이 책임 있는 자세는커녕 청와대 쪽만 쳐다보고 있으면 국민의 분노가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