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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자극 우려 금기시된 논의 꺼냈다

Posted May. 25, 201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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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중국에 특사를 보내 국제사회를 상대로 어색한 대화 제의를 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는 북한 붕괴 후 독재정권 과거청산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놓고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3일 오후(현지 시간) 워싱턴 중심가 스팀슨센터에서 한반도 전환기의 정의-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연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한반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주제인 한반도 전환기는 북한에서 김씨 정권이 교체되거나 국가 자체가 붕괴되고 한국에 흡수되는 급변 상황을 뜻한다. 과거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금기시됐지만 이제는 세계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발표자들은 북한 급변사태가 불러올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독재체제 청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표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앤드루 내치어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공동의장은 한반도의 전환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사안은 보복적 폭력과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의 안전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비니아 스탠 캐나다 세인트프랜시스제비어대 교수는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 청산 사례를 참고로 책임자 조사와 처벌 등 구체적인 과거청산 방법을 열거했다.

조정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법 절차를 통한 처벌은 반()인도범죄와 같은 중대한 국제범죄를 자행한 경우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 조사한 뒤 사면하는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1990년대 이후 시장의 활성화로 경제사회적 인권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정치적 자유는 여전히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가 경험담을 증언했다.

최근 행정적 이유로 한국 방문이 취소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시종 자리를 지키며 발표와 토론을 경청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지 단체와 기업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