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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11일 만에 중국 다시 간 김정일, 급한 속사정 뭔가

[사설] 111일 만에 중국 다시 간 김정일, 급한 속사정 뭔가

Posted August. 27, 2010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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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새벽 전용열차 편으로 지린성 지안을 거쳐 전격적으로 중국에 간 것으로 확인돼 무슨 급박한 속사정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2000년 이후 여섯 번째지만 올해 5월 3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방문한 이후 111일 만의 이례적인 재방문이다. 과거 김 위원장이 최단 기간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것은 2001년 1월 8개월 만이었다.

현재 평양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후계구도와 관련한 중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9월 초 44년 만에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공식화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부터 돌파구도 마련해야 하고 최근 수해와 경제상황 악화로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이 필요해서 갔을 수도 있다.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중국과 북한은 천안함 사태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20개월째 중단돼 있는 6자회담의 재개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는 지난주 북한 방문에 이어 어제 서울에 왔다.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의사를 전달해 이 문제를 타진하고 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최근 천안함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해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낳았다.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특사가 아니고 억류중인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고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회담을 위한 회담에 반대하고 미 행정부는 똑같은 말()을 두 번 사지는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만큼 핵문제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획기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과 북한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과 중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활동,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며 대북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