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경영 잘한 기업이 영업이익 공개 꺼리는 세상

.[사설] 경영 잘한 기업이 영업이익 공개 꺼리는 세상

Posted August. 02, 2010 08:10   

中文

삼성전자는 올 2분기 5조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분기 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처음 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분기 실적 보도 자료에서 과거와 달리 사상최대 실적이란 표현을 의식적으로 생략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올해 영업을 잘한 다른 대기업들도 실적 호전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1조8360억 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올린 포스코는 실적 발표 다음날 지식경제부를 찾아가 작년보다 이익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지경부 측은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으며, 포스코에 철강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포스코는 지경부 방문 11일 뒤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직간접적 개입이 없었는지 의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대기업 때리기 성격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서강대 총장과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손병두 KBS 이사장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비판했다. 좋은 기업이란 법을 지키는 범위에서 경영을 잘해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세금 고용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다. 손 이사장은 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한 기본적 상식이 무시되는 현실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30대 그룹 출자총액제한제 등 대기업을 옥죄는 각종 제도가 존재하던 좌파정권 시절 재계서열 3040위권 그룹에서는 기업을 키우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했다. 30대 그룹에 들어가면 규제만 늘어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운동권 성향의 권력 실세()들과 일부 좌파 세력의 포퓰리즘적 대기업 압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과 중소기업의 대척점에 대기업을 두어 정치적 이득을 보려한 좌파정권의 잘못된 행태를 닮아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상생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성장의 혜택이 보다 다양한 계층에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우리 경제의 과제다. 그러나 정부가 대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고 대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다. 올 17월 무역수지 흑자액이 연간 목표치 230억달러를 이미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높아진 결정적 원인은 대기업의 선전()이다. 경영을 잘한 기업이 눈치를 보면서 영업이익 공개를 꺼려야 하는 세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