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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등생 피켓시위

Posted July. 31, 20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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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 서울 한 초등학교 6학년 최 모 교사가 학생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강행해 해임됐다. 최 교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교문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이는 자리에 학생 8명이 선생님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피켓을 들고 섰다. 교장은 다른 학생들 등교에 방해되는데다, 어린이들이 정치적 시위에 휘말리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지 않아 피켓을 빼앗았다.

이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 2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초등학생들로부터 피켓을 빼앗은 교장에게 표현의 자유 침해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헌법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식 논리이라면 어린 학생들이 어른의 사주를 받거나 판단이 미숙해 사회 윤리를 어지럽히는 피켓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여도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신체와 정식이 아직 미숙한 학생에게 성인과 같은 표현의 자유를 부여할 수는 없다. 교육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하면 혼낼수도 있고 피켓을 빼앗을 수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초등학생의 판단력 지적발달 수준 및 학교현실과 교육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이 외부와 연계되는 경우 학교가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피켓을 들고 나왔더라도 교사라면 말려야 한다. 학생 성취도 평가 거부 같은 교육 이데올로기에 관한 문제는 어린 학생이 나설 일이 아니다. 자칫 학생들을 전교조 이념 실현을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으로 논란을 빚는 인권위 결정이 한두번 아니다. 전임 위원장은 2008년 불법 쇠고기 시위 때는 침묵하다 작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때는 시위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며 물의를 일으켰다. 1년 전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 역시 왜곡보도로 쇠고기 시위를 촉발한 MBC의 PD수첩 제작진 기소에 대해 국내외에서 우려한다며 불법 시위에 영합하는 자세를 보였다. 현 위원장과 최경숙 침해구제제2위원장, 최윤희 장주영 위원은 자기 자식이나 조카가 불법행위를 옹호하는 시위에 참여해도 좋은지 답하기 바란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